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 열도 속의 아리랑과
한일 합작품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속의 꿈
광복절 날, 서울시내 광화문 거리를 걷는 기분은 묘했다. 금방이라도 만세소리가 귓전에 들려올 것 같은
환청이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서울역사박물관 입구에 들어설 때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저 멀리, 오늘의 특별전 대형 현수막과 유도 깃발이 광복절 하루의 관람객 발길을 먼저 멈추게 한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지난 8월 10일부터 9월 30일까지 광복절 기념'열도 속의 아리랑' 특별전을 개최한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지난 8월 10일부터 9월 30일까지 '열도 속의 아리랑'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멀리 인도네시아에서 휴가를 온 남동생의 딸아이 두 명과 동행했다.
‘아리랑’이라는 민족의 한을 열도 속에서 찾아낸 이번 전시는 재일동포가 일본에서 생활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비롯해, 열악한 환경과 차별 속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일본사회에서 당당한 한민족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등 '재일동포 100년의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두 개의 전시장 중 한 켠에서는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해 현해탄을 건너갔던 재일동포 자이니치의
관련자료를 전시했다. 나머지 한 전시실에서는 '니시키에로 보는 근대 일본의 왜곡된 시선'을 주제로
식민지배의 근저가 됐던 일본의 역사관을 일본 대중판화인 니시키에의 역사그림을 통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전시였다. 또 재일동포와 관련된 심포지움이 열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제작된 재일동포에 대한
영화 상영회도 가졌다.
한국보다 2일 후에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인도네시아. 그 경축일을 맞아 휴가차 서울에 온
해외 장기체류 근로자 가족인 친정 질녀김민영, 김민선양. 이 아이들은 어느정도 일본에 대해 이해하고 있을까?
나를 따라온 친정 질녀는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중학생 정도
수준인 이 아이들에게 되레 일본에 대한 오해와 편견, 또 한 층의 불신을 쌓지 않을까했던 생각은 기우였다.
마치 지금의 자신들이 어릴 적 부모를 따라 해외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재외한국인이라는 동병상린의
비슷한 선긋기에 절대 공감하는 눈치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차례로 겪은 일본은 자의든 타의든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다. 생활기반을 잃어버린
조선인들은 생계를 잇기 위해 당시 일본으로 건너갈 수 밖에 없었고.. 그 행렬은 해방을 맞아서야 겨우멈출
수 있었다. 1945년 해방 후 일본에서 잔류한 재일동포가 약 70만 명. 이들은 지난 100여 년간 일본의 혹독한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한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 왔던 그 현장을,
한국 근현대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두개의 전시장으로 나눠진 한 전시실은 현해탄을 건너갔던 자이니치의 관련자료를 전시했고,
또 하나는 일본 대중판화인 니시키에의 역사그림을 전시, 일본의 역사왜곡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판화 니시키에가
최초로 국내에서 공개되고 있었다
1945년 해방 후 잔류한 재일동포가 약 70만 명. 이들은 지난 100여 년간 일본의 혹독한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한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해 왔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재일동포들은한국과 일본의 가교역할을 해왔지만 양국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일본은 이들을 차별해 왔고, 한국은 이들에게 무관심했다는 역사적 반성의 전시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같은 날 밤, KBS-TV 수요기획에서는 광복절을 맞아 자이니치에 대해 다루었다. 수년 전, 화제를 모았던
한·일공동제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의 소식과 귀화를 거부했던 그 연출자 재일한국인 2.5세 정의신씨에
대해집중 조명하고 있었다. 게다가1.5세 교포이면서 일본 전통극 라꾸고(落語)예능인 심종일 (笑福亭銀瓶,
쇼후쿠데이 긴뻬이)씨가 이 연극에 직접 배우로출연했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일본 오사카지역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예능인 그는 2002년도 처음으로 우리가족과 인연을 맺은 재일교포이다.
시대는 달랐지만, 1969년 일본 간사이지방의 허름한 곱창집을 하고 있는 재일교포 용길이네 가족의 감동 스토리를 그렸다.
태평양전쟁으로 한 팔을 잃은 주인공이 일본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겪은 애환을 아주 담담히 잘 표현해 준 이 연극은
공동책임자인 양국의 사죄를 동시에 받아내고 있었다.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의 삶에 대한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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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를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중인재일한국인 1.5세 긴뻬이씨는 나의 십년지기 일본인 친구. 2009년 라꾸고 내한 공연 때 찰칵! |
2011년 양국의 배우, 두 개의 언어로 이루어진 한일합작품 연극 야끼니꾸 드레곤에서 셋째사위로 쇼후쿠데이 긴뻬이 (笑福亭銀瓶)씨가 출연했다. |
'열도 아리랑' 전시장 벽면에 붙은 이 문구는 계속되는 재일한국인의 극한 삶과 꿈에 호소하고 있다.
그만 전시를 보면서 아려왔던 그 통증은 환희가 되어 내 안에서 흐르고 있다. 나의 십년지기 일본 예능인
자이니치 진뻬이씨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더 실감났던 연극, 작금의 한일 두나라의 관계를
거짓없이 그려낸 화해의 역사앞에서 몸둘바를 몰랐다.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 미친 듯 그립다” 외친 야끼니꾸 드래곤 연극의절규처럼 백년넘게 일본 열도에
흐르는 우리 민요 아리랑에 울고,웃었던 재일한국인의 애환이나 삶의 방식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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